* 아래의 글은 '교사의 회복탄력성' 비교과 온라인 강좌 두 번째 수업 동영상에서 언급한 고 스티븐 코비 씨의 예화에 대한 상론입니다. 철학적으로는 인식의 주체의 주관적 결정을 중시하는 현상학적 전통과 맞닿아 있고, 불교의 '일체유심조'와도 통하는 이 이야기는 교육자가 자신 앞의 현실을 수용하는 주체성에 관한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

- 한석훈



미국의 유명한 자기개발 컨설턴트인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는, 한 개인이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한 과정의 핵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꼽았습니다. '패러다임'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일단 세상을 보는 '시각' 정도로 정의하며, 그는 자신이 체험한 패러다임 전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루는 그가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 가고 있었는데, 한 역에서 한 아빠와 그의 아이들이 무더기로 타게 되었는데, 이 아이들이 어찌나 소란을 피우는지 그 기차의 분위기는 졸지에 엉망이 되어버렸답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꾸짖는 이가 없자 코비씨가 스스로 나서서 애들 아빠에게 점잖게 항의를 했답니다, 이래서야 되겠느냐, 남들도 배려해야지, 애들을 컨트롤 해달라...
그러자 그 아빠는 매우 당황하며, 또 미안해하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한 시간 전에 병원에서 얘들 엄마가 죽었습니다. 저도 스스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고, 아이들도 그런가 봅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코비씨가 얼마나 그 남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겠습니까. 오히려 당황한 코비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태도가 180도 바뀌어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런... 죄송합니다. 정말,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 방도는 없을까요?'

이 경험을 통해서 코비씨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 앞에 주어진 상황을 어떤 시각으로, 즉 어떤 패러다임을 통해서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평온을 위하여 질서와 통제에만 전념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자신 앞에 서있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동정의 마음이 일어나게 되고, 그를 돕고자 하는 충동이 일어났다는 것이지요.
그 변화는 단순히 패러다임이 바뀌어진 것에 기인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불교 법구경의 제 법(法)은 마음에 달렸다는 말씀과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 앞에 주어진 상황을, 즉 현실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패러다임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자신과 또 자신 앞의 현실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니 말입니다.

저는 제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의 학습참여 의욕을 고취시키고자 코비씨의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저의 해설 사족을 붙였지요:

"여러분의 이 강의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패러다임으로 이 강의를 대하느냐에 따라 이 강의라는 현실 자체와 여러분이 변화합니다. 여러분이 이 강의라는 현실을 대하는 태도는 아마도 각양각색일 것입니다. 그 다양한 태도를 연속선상에서 표현하자면 그 양 극단은 대충 이렇게 되겠죠.

학점 땜에 죽지못해 출석한다. ←―――→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배우려고 출석한다.

또, 여러분들이 선생인 나를 보는 시각의 양 극단도 다음과 같은 연속선을 통해 표현할 수 있겠죠.

돈 벌러 온 강사 ←―――→ 뭔가 가치 있는 것을 가르치려고 온 교육자

아마도 인간인 우리들 안에는 저 연속선 안에 들어있는 매우 다양한 태도와 시각들이 죄다 들어있을 것입니다. 즉, 자신 앞에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지극히 비관적이고 수동적이며 부정적인 태도와, 또 그 반대로 지극히 낙관적이고 능동적이며 긍정적인 태도 역시 여러분 안에 다 들어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일상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상황들을 생각해보면 말이지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그 수많은 태도 중 어느 하나를 매 순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의식할 새도 없이 말이죠. 그러면 지금 이 강의실에 와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나 시각을 선택하겠습니까?

코비씨의 말을 빌자면, 어떤 태도를 택하느냐에 따라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 앞의 현실이 변화한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여러분 내면의 무수한 가능성 중에서 위의 연속선상에 나타난 왼쪽 극단을 택하기로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요? 보나마나 이 강의 시간은 매우 따분하고 한 마디로 무의미한 시간, 낭비된 시간이 되어버리겠죠. 하지만 그 반대로, 오른쪽 극단을 택한다면, 정반대의 현실이 창조될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앞의 현실마저 변화합니다.
이것은 마법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러합니다. 여러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태도 중에서 가장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가질 때, 이 강의라는 현실 자체가 변화합니다. 기대감과 열정으로 눈빛이 또랑또랑한 학생들 앞에서는 아무리 가르치고자 하는 의욕이 없는 선생이라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는 법 아니겠어요?

그러니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십시오. 저 연속선 상에서 어떤 쪽을 선택할지. 현실이 나를 바꾸지 않습니다. 현실은 나에게 영향을 끼칠 뿐입니다. 현실을 바꾸는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앞의 현실에 대해 어떤 패러다임을 선택하겠습니까? 가장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것과 가장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것 중에서.